김현아 개인전 <잠정적 안식처>

잠정적 안식처

참여작가 : 김현아

12.9 - 12.13

경계인의 시선으로부터

경계인의 의미를 규정해 보자면, “오랫동안 소속된 집단을 떠나 다른 집단으로 옮겼을 때, 원래 집단의 사고방식이나 행동 양식을 금방 버릴 수 없고, 새로운 집단에도 충분히 적응되지 않아서 어정쩡한 상태에 놓인 사람”을 말한다. 이러한 어중간하고 어정쩡한 상태는 자신의 위치나 존재가치에 대한 물음표를 던지는 필연적인 순간들과 맞닥뜨리게 한다. 즉, ‘나는 누구인가’ , ‘나는 지금 여기에서 무엇으로 존재하는가’ 하는 문제이다.

자기 규정에 대한 끊임없는 물음표를 던지면서 연결해보고자 하는 태도는 작업을 통해서 경계인으로서 타인을 감각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드러난다. 안과 밖, 밖에서 보는 안, 경계에 위치하거나 혹은 있을 수 밖에 없는 입장이나 체험 등 역설적인 요소들은 부정적 의미보다는 지금 현재 자신의 자리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한발 물러서서 자신의 모습을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관조해 보는 유의미한 것으로 작용한다.

현재 자신이 속해있다고 느끼는 ‘그 자리’ 는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하거나 불명확해지기도 한다. 혹은 다른 경험과 상황에 놓이면서 또 다른 경계인으로 자리 잡을 지도 모른다. 경계인으로서 ‘오늘’을 기록한다는 것은 어쩌면 붙잡을 수 없는 시간과 순간에 대한 흔적을 남기는 것과 다름 아니다.

조형적 접근에 대하여

나는 여러 사회의 이방인으로서, 삶에서 나타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보이지 않는 간극이 존재함을 경험하였다. 번역하면서 놓치게 되는 뉘앙스들, 언어에 의한 완벽한 소통의 부재, 행간에서 벌어지는 복잡 미묘한 의미의 문제들, 구분될 수 밖에 없는 상황들과 같은 간극의 경험은 시간이 지날 수록 더 미묘해지고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러한 경험들은 어느덧 자아의 이면에 불안이 자리하는 계기가 되는데, 이렇게 표출된 불완전한 자아의 모습을 나는 몸이라는 하나의 매체를 통해 은유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나에게 있어 몸은 내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확실한 소재이다. 몸은 삶의 모습을 반영하고 기억한다. 우리의 신체는 살아가면서 변화한다. 그리고 이런 변화의 흔적들은 하나의 역사이다. 피할 수 없는 일상의 완전하지 못한 소통의 과정, 그 속에서 우리는 느끼지만 드러내고 싶지 않은 또 하나의 자신의 몸과 만난다. 그리고 이런 몸을 통해서 나는 일상의 삶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