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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희, 이승희 <철학하는 개와 고양이>

변경희, 이승희 <철학하는 개와 고양이>

 

참여작가: 변경희, 이승희

2023.12.27-12.31

 

댕냥결혼기념회화전에 부치는 글

 

나와 고양이의 인연은 비참한 아기고양이의 죽음으로 비롯하였다. 낡은 한옥으로 어렵게 이사한 다음 해인 2018년 가을 어느 날까지 나는 ‘또또’라는 댕댕이와 둘이 살고 있었다. 그때까지 나는 고양이에 대해선 일말의 관심도 애정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가을날 집안에 파리가 들끓는가 싶더니 거실 구석으로 구더기가 떨어져 내렸다. 용역회사에서 온 청소부는 거실 천정을 뚫고 아기고양이 사체 여섯 구를 내렸다. 집 주위를 배회하는 길고양이가 우리집 천정과 지붕 사이에 새끼를 낳아놓고 방치한 모양이었다. 어미 자신도 먹고살기 힘든 처지였던지 굶어죽은 아기고양이 여섯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그날 이후 나는 집 앞에 고양이 먹이통을 내놓았고 머지않아 졸래졸래 엄마 고양이를 따라다니는 아기고양이 한 마리와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 그 아기고양이가 ‘야옹이’다. 그리고 그 야옹이는 다음 해 5월 29일 밤에 우리집 복도에서 아이를 낳았다. 세 시간에 걸친 5남매의 출산을 고스란히 지킨 산파는 바로 나였다.

 

그리하여 야옹이와 5남매는 청색 깔개로 정갈하게 꾸민 우리집 ‘푸른복도’에서 살았다. 또한 하나둘 식구가 늘어 푸른복도는 머지않아 고양이 대식구의 별천지로 변했고, 그 가운데 ‘계절이’는 3년 전 가을 어느 날 앞집 주차장에서 죽음 직전에 발견된 예쁜 아기고양이였다. 승용차 부동액을 빨아먹고 의식을 잃은 아기고양이는 동물병원 의사와 도우미들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간신히 목숨을 건졌으나 전신마비 상태였다. 내가 ‘계절이’라고 이름 지어준 그 전신불구의 아기고양이는 소년을 지나 지금은 어엿한 청년 고양이로 성장했다.

오늘 그 계절이를 ‘보리’라는 아름다운 댕댕이 처녀에게 장가보내려 한다. 그들의 결혼식을 기념해 계절이 보호자인 나와 댕댕이 보호자인 존경하는 친구 이승희 작가가 이렇게 회화전을 열게 되었다. 계절이와 마찬가지로 보리도 심장이 편치 않은 불굴의 댕댕이다. 그러나 영리하고 용감하며 절대 좌절하지 않은 계절이와 마찬가지로 보리 역시 아름다운 두 눈의 반짝임과 같이 빛나는 생명의 의지로 충일한 아가씨다. 우리 두 사람의 화가는 그러한 그들의 삶의 의지와 기백을 그림으로 증명하고 보전하고자 이렇게 회화전을 마련한 것이다.

 

〈보리와 계절이의 웨딩마치〉라 이름한 이 이벤트를 계기로 길에서 태어나 고생고생하다가 길에서 죽음을 맞이하는 길냥이에 대한 많은 사람의 관심과 애정을 소원한다. 그와 함께 믿고 따르던 주인으로부터 버림받고 여기저기 처량하게 헤매는 댕댕이가 한둘이 아니다. 이승희 작가와 나는 이러한 유기견과 유기묘에 대한 연민과 동정의 심정을 그림으로 호소하고자 했다.

 

보리공주와 이승희 작가를 만나게 된 우연한 필연은 내 인생의 반짝임이다. 그들과 함께 하는 〈보리와 계절이의 웨딩마치〉에 발맞추어 우리는 보다 업그레이드 한 우정의 세계로 나아간다. 덧붙여 이 깜찍한 회화전을 찾아오신 갤러리 여러분의 진실한 애정의 동행에도 또한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 2023년 12월 18일, 빨래골화실에서 변경희 - 






달리는 보리

 

‘달린다’는 동사는 개와 같은 과에 속하는 동물의 속성이다. 이 세상의 모든 개들이 달리는 것은 본능적이다. 그래서 신나게 달리는 개들을 보면 에너지가 넘친다. 달리면서 신이나서 웃는 것과 같은 모습을 보고 있자면 덩달아 신나고 즐겁다. 그러나 심장병이 있는 보리는 달리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면 달릴수 있지만 달리면 안된다. 보리도 한때는 신나게 달릴때가 있었다. 신나게 달리고 혀가 길쭉하게 나와서 헥헥 거리면서 웃었는데, 이제 보리는 그냥 인형을 가지고 와서 던져달라면서 보채고 30센치 앞에 던져주면 달리는 시늉이라도 하면서 신나게 논다. 그래서 보리는 잠을 자면서 달리는 꿈을 꾸는것 같다, 잠을 자면서 우아하게 앞, 뒤다리를 움직인다. 그렇게 움직이는 보리의 다리을 보는 나는 얼마나 기쁘고 신나는지 모르겠다. 보리가 꿈속에서 라도 열심히 달리기를 나는 열렬히 응원한다. 앞으로도 지금처럼 보리의 행복한 날들은 계속될 것이다. 모든 생명은 죽음을 향하지만, 그 하루하루가 소중할뿐이다. 보리의 하루, 나의 하루, 너의하루 그리고 우리의 하루가 그렇게 소중하게 다가온다.

​- 이승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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