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일자: 2018. 6.26 - 7. 8
전시작가: 이승아
나는 자주 나의 생각과 몸이 내 것이 아닌 것 같다고 느낀다. 이런 느낌은 스스로 사라지거나 제거당하는 어떤 두려운 이미지들을 떠올리게 한다. 나는 나를 움직이는 것들을 떼어내기 시작한다. 떼어지고 배출된 것들은 나이기도 하고 전혀 다른 것들이기도 한 기이한 존재이다.
이것들은 나와 사회와의 관계 또는 ‘덩어리’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나는 덩어리들, 분신 또는 골렘을 끊임없이 만들어내고 감시하며 돌본다. 모든 것들이 경계 없이 뒤엉켜있는 덩어리들은 스스로 자라나고 번식하며 창조자를 위협한다. 폭주하는 골렘이 처단되듯 나는 나의 골렘을 처단하는 방법으로 ‘먹기’를 택한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먹기, 소화하기, 배출하기. 그러나 계속해서 살아나는 조각들.
나의 몸과 생각에서 배출된 조각들은 나의 분신이므로 양가적인 감정을 갖게 한다. 즉 없애버리고 싶지만 동시에 살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덩어리들과 나는 분리되지 못한 채 영원히 슬프고 아름다운 정원을 만든다.
그로테스크 양식을 빌려 온 이유는 “그로테스크가 근대 사회를 지탱하는 법과 질서를 거부하고 평범함과 금기를 거부하며 인간의 욕망을 기괴한 형태로 재구성하는 미학이기 때문이다. 현실에 극도의 왜곡을 가하여 우리가 익숙한 현실과의 단절을 꾀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기괴한 세계” 는 우리로 하여금 현실을 좀 더 객관적으로, 의문을 가지고 다시 보도록 한다. 그렇기 때문에 작업 안에는 동물과 사람, 식물 등이 뒤엉켜 있고 그곳에는 사회적 시선인지 나의 시선인지 모를 눈들이 있다. 이런 인위적인 뒤섞임을 통해 반대로 이것들을 나누는 인위적인 기준들을 떠올리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1) 볼프강 카이저, 이지혜 옮김,「미술과 문학에 나타난 그로테스크」아모르문디,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