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ssop 개인전 <서로 알아보았습니다 FEAST>
2023.11.1-5
사십 년이 넘는 세월의 흔적을 가지고 있는 정원, 여느 한적한 공간에서나 치열한 삶의 의지와 연속성을 목격할 수 있다. 이른 봄, 아직은 겨울인 땅을 가르고 무심하게 쑥 올라온 상사화, 나는 그것이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지 알 수 없다. 주인이 떠난 부추밭은 혹한을 견디고도 여전히 싹이 트고, 한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서 꽃이 피고, 씨를 맺는다. 그늘 짙은 커다란 단풍나무는 씨앗에 날개를 달아 먼 곳으로 날려보냄으로 자신의 영역 밖 어딘가에서 또 싹을 틘다. 줄기 끝에 눈이 달린 듯 빈틈을 찾아서 감아 올라가는 영리한 덩쿨과 갈라진 바위 틈 한줌 흙에도 뿌리를 내리는 국화와, 한 개의 잎도 남기지 않고 떨어뜨릴 만큼 힘겨워도 버티고 버텨서 몇 해 뒤에 기어이 싹을 틔는 강인한 남천.
작고 은밀한 곳에서의 놀라운 생명의 힘에서 경험한 존중과 공존의 영리함은 치열함을 초월하여 마치 축제의 향연처럼 느껴짐과 동시에 나는 이것이 캔버스위에서도 빛나는 시각적 오락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