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ng the moment>
참여작가 : 구영은, 남궁윤재, 문채원, 장준호
11.24 - 11.28
갤러리 마롱은 2021년 11월 24일부터 2021년 11월 28일까지 구영은, 남궁윤재, 문채원, 장준호의 4인전 《bring the moment》를 선보인다. 작가들은 각기 다른 매체를 가져와 자신의 순간을 이끌어낸다. 두 공간으로 나눠진 《bring the moment》에서 관객들은 작가의 오랜 기억을 만날 수도, 혹은 순간으로 지속되는 시간을 경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사적 감수성을 담아내지만 이는 동시대에 살고 있는 개인들의 공통의 정서를 이끌어낼 것이다.
구영은은 기억을 상자 안으로 가져온다. 순간을 그 자체로 얼려서 간직할 수 있을까. 작가는 담아내는 행위를 통해 시공을 초월한 기억 방법을 제시한다. 작가는 자신의 기억 매개체인 사물 혹은 인물 형상들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다시 쓰기 한다. 반투명한 상자 속에 겹쳐진 형상들은 흔적처럼 남아 작가의 추억을 보여준다. 형상들이 담긴 상자들이 늘어나는 만큼 작가의 기억들이 응집된다.
남궁윤재는 주변의 흔한 사물과 공간들을 사각의 프레임 안으로 끌어들인다. 빛, 그림자, 깨진 길바닥처럼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것들은 사각의 프레임 안에서 다시 사각의 형태로 담기면서 그 의미를 찾아간다. 대상에 대한 기억이라는 것은 형체가 없고 매일 그 모양을 바꾼다.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고 미끄러져 빠져나가는 공기와 같다. 작가는 그것들이 빠져나가기 전에 사각의 기억저장고에 담아 가지런히 배열한다.
문채원은 한 스쿱(scoop)의 꽃을 콘 위에 올려놓는다. 손에 든 아이스크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녹아 사라진다. 하지만 작가의 아이스크림은 녹지 않는다. 후처리 과정을 거친 꽃은 시들지 않는 영속성을 꿈꾼다. 작가는 그것을 다시 아이스크림이라는 형태에 가두면서 결국 소멸할 수밖에 없는 꽃의 본질을 모순적으로 드러낸다. 아름다움의 한시성을 폭로하며 생명과 죽음의 경계의 순간을 미묘하게 보여준다.
장준호는 나무의 파편들을 종이 위로 가져온다. 작가는 주변에 버려진 사물 그 이면에 있는 것들을 드러내는 작업을 주로 한다. 땅으로 떨어진 나뭇가지는 부러지는 순간 그 생명력을 잃는다. 하지만 작가의 손을 거친 가지들은 새 형태를 부여받고 새로운 시간을 쌓아올린다. 작가는 자신의 반복되는 행위들을 덧입혀 가며 사물에 내재된 시간의 연속성을 드러낸다. 나무 파편들이 점점이 흩뿌려진 원은 시간의 순환 고리 속 한 순간을 보여준다.
순간이라는 단어는 가치중립적이지만 그 순간을 경험하는 이에 따라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적으로 다르게 다가온다. 작가들이 공유하는 순간은 관객들이 이미 경험한 것일 수도, 겪어보지 못했지만 꿈꿔온 순간일 수도, 또는 앞으로 겪게 될 모습일 수도 있다.
글: 장수의(독립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