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희 첫 개인전 <나는 누구인가>
- gallerymarron

- 11월 19일
- 1분 분량
엄경희 첫 개인전 <나는 누구인가>
2025.11.19-11.23
수시로 바뀌는 감정과 정서, 거기에 진화하거나 퇴화하는 생각들, 고통과 상처, 기쁨이 하나의 내면에서 들끓고 있는 “나는 누구인가”? 답을 이끌어낼 수 없는 이 물음에 나는 자발적으로 나를 진지하게 붙들어 놓고 있다. 적어도 나에겐 이 질문에 충실할 필요가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간 35년 가까이 한국문학 특히 한국현대시를 읽고 가르치며 동시에 그에 대해 다양한 형태의 글을 발표하며 살아왔으니 내 정체성의 상당 부분은 시적 언어의 유산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나는 그 언어를 가시적 차원으로 옮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였다. 시로부터 느꼈던 정념과 감수성, 감각, 그리고 그 토대를 지탱하는 관념을 가시적 차원의 공간으로 옮겨보고자 하는 욕구는 일차적으로 내 정서와 생각, 미의식, 상상력이 어떤 형태로 구성되어 왔는지 내 눈으로 보고자 함이다. 이것은 내면에 축적된 세월의 작용태라는 점에서 “나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으로 회귀한다.
모든 예술 활동 전반의 씨앗은 ‘언어’이다. 우리는 무엇을 표현하고자 할 때 언어의 작용으로부터 출발한다. 그 표현의 형상화 방식과 결과물은 다를지 모르지만 출발은 자신의 ‘말’이며 이는 곧 자기 자신의 존재성을 메타화함을 뜻한다. ‘말’의 근원에 도달하고자 했던 무수한 시적 경험을 나는 이제 다른 ‘말’ 즉 눈으로 감각할 수 있는 형상으로 바꿔보고자 하는 것이다. 말이 표정이 되는 순간, 그것이 회화라 생각한다.
직․ 간접적으로 격려해주셨던 많은 분들께 겸손한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감사를 드린다. 그분들이 모두 꽃보다 귀하다 할 수 있으니 전시 기간 동안 꽃다발은 사양한다는 말씀을 함께 전한다.
엄경희 모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