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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하 개인전 <무너진 놀이터>




놀이터를 떠나야 할 때가 온다. 해가 떨어지면 우리가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온다. 우리는 모래성도 쌓고, 역할놀이를 하며 판타지 속 영웅이 되기도, 한 나라의 왕이나 비밀 아지트의 주인이 되어보기도 한다. 놀이터에서 집으로 돌아갈 때는 ‘내 세상’이 무너진다. 자유롭고 안 전하게 내가 원하던 모습으로 존재하던 세계를 떠나며 느끼는 불안함과 상실감, 다시 돌아갈 수 있을거라는 헛된 희망은 푸른색이 되어 어린아이에게 담긴다.


놀이터가 무너지는 순간은 또 다른 모습으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나타난다. 간절히 원하던 대학으로, 안정된 직장으로, 꿈에 그리던 이성으로. 소망하는 것들을 이뤄내기 위해 우리는 스스로 놀이터를 붕괴한다. 성인이 되어 느끼는 붕괴에 대한 상실감은 분노로 불타오르는 붉은색이 되어 등장한다. 영원불변한 ‘놀이터’는 존재하지 않음을 인지한 순간 어린아이는 놀이터와 함께 불타올라 소진되고 만다.


아이는 마주선 이를 똑바로 응시한다. 그이는 어린아이를 통해 상실의 경험과 그때의 감정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아이의 눈을 쉽게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이의 눈빛이 각자의 세상이 소멸할 때 쉽게 무너지던 우리의 그것과 닮아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나만의 ‘놀이터’를 만들어 쌓고 무너뜨리는 일을 반복할 것이다. 상실과 좌절의 감정을 작품속의 어린아이가 대변해주고 해소해주길 믿는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단단한 놀이터가 언젠간 완성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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