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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연 개인전 <Fort-da : 그럼에도 궁금한 것에 대해>

이시연 개인전 <Fort-da : 그럼에도 궁금한 것에 대해>

2023. 5.10 - 5.14

참여작가: 이시연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죽음’과 ‘생명’에 대해서 생각하며 그에 대해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작업의 도화선이 되었다. 생명은 태어나서 고유한 삶을 살고 이후엔 영원한 휴식에 들어가며 인생의 타임라인 중 죽음이란 프레임을 누구나 반드시 경험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결핍을 보유한 만물의 유한한 삶의 한 줄기인 모태부터 시작된다. 그 모태부터 시작된 연약한 존재의 ‘삶과 죽음’에 대한 내 고백을 보여주려고 한다.

거즈로 캐스팅한 작업은 꿈에 나타난 동물의 변태 과정 중 하나인 허물을 표현한 부분과 생명이 없는 사물들의 캐스팅인 데스마스크(Death Mask)로 나뉜다. 태어나지 못한 아기들, 엄마의 몸둥이를 계속 잘라 심어진 바나나, 태아의 잉태와 운명을 예견한 태몽에 나타난 동식물, 연약한 아이의 손등이 죽음과 삶을 경계를 나타내는 접시나 상자에 은유적으로 올려진다. 아이의 신체표현은 연약하지만 모성으로부터 새로운 생명을 갖는 신비로운 경험과 그 당시에 꾼 여러가지의 태몽을 연결 짓는 공허한 공간 void를 나타낸다. Void는 죽음과 삶을 정의할 수 없는 공간이며,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경계이다.

인간이 느끼는 실존적 불안을 넘어 결국에는 소멸하게 될 육체까지 몽환적인 전개를 펼치며 관객에겐 죽음과 삶을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기대한다.

- 이시연 작가노트 중 발췌 -

모체의 수면 밖으로 나와 폐에 첫 숨을 들이켜던 기억나지 않는 지난 언젠가 작은 사람은 붉고 물렁한 손아귀에 죽음을 꼬옥 쥐고 있었다. 인간은 어미에게 죽음을 두 번 선물 받는다. 첫째는 자신이 생명을 지니고 있기에 마땅히 소유할 자격을 얻었으며 언제 포장이 벗겨질지 알 수 없는 상태로 상자에 담겨있다. 그 상자의 모양은 거울을 보면 알 수 있다. 둘째는 낳아준 사람의 죽음이다. 존재가 부재되는 순간을 거치며 남겨진 사람은 자신에게 주어진 두 번째 선물인 동시에 어머니가 당신의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첫 번째 죽음을 발견한다. 이시연은 그 알수 없는 차가운 덩어리를 움켜쥐고 생명으로 빚어낸다.

[중략]

속이 비쳐 보이는 물고기는 축제에 사용되는 장식처럼 시각적 재미를 선사하며 작가의 이야기를 환기한다. 작은 두개골은 해석의 여지가 없이 본능적으로 공포를 불러 일으키지만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았기에 어느 시점에서는 귀엽게 보이기도 하며 예상치 못한 미소를 만들어낸다.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위한 사람의 생명에 대한 집착은 부정적인 형상에서도 애착을 가질 수 있는 요소를 찾아내려 애를 쓰는 기괴한 장면을 연출한다. 인간이 스스로에게 부여하고 동기를 찾는 희노애락과 무관하게 순수로 가득한 천진난만함은 때로는 정밀하게 계산된 무대장치보다 날카롭고 잔혹하다. 물고기의 비늘이나 허물로 불리는 속이 비어있는 작품은 미약한 입김에도 눅눅하게 부풀어 오르고 무심히 지나치는 옷깃에도 바스라질 듯 메마른다. 그리고 제작자가 원하는 방향을 고려하지 않고 무정히 부유하다 가라앉는다.

기성품을 사용하거나 세라믹, 점토와 같은 간편하고 익숙한 재료가 아닌 거즈와 석회가 사용된 점도 작품이 조성하는 공기에 낯선 무게감을 더한다. 전반적으로 색의 사용이 절제되고 최소한의 특징만 재현된 작품의 모습은 입체적인 조형물임에도 초음파사진을 보는 듯 불친절하며 그 불명확함과 대비되는 직관적인 제목으로 인해 관객들은 작품의 형상과 사연을 적극적으로 유추하게 된다.

이시연은 일상에서 피하고 싶은 불쾌를 부드럽게 다듬어 전시장에 가져온다. 삶과 죽음이라는 단순하면서 거북한 내용을 품고 있음에도 누추하면서 정성스레 빚어진 형상에는 땅을 채우고 비워온 무수한 사랑과 기억이 스친 얼룩이 묻어있다. 굳이 들추어 보려 하지 않지만 얇은 장막 너머에서 분명히 일어나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기에 작품에 담겼다 비워진 사연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으로 그치지 않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몰입하게 된다.

- 큐레이터 김치현 평론 중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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