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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화 <Dough>

이택화 <Dough>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조소과 박사학위 청구전 

2023.12.6-12.10

물과 밀가루를 섞어 반죽하는 시간은 즐겁다. 처음에 거칠게 느껴지던 것이 어느새 촉촉하고 말랑말랑하게 느껴진다. 내 손에서 다양한 형태들이 만들어졌다가 어느새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형태들이 만들어진다. 최종 결과물은 둥근 덩어리지만 나는 그 덩어리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기억한다.

‘도우(Dough)’ 라는 말을 전시 제목으로 택했다. 도우는 ‘반죽’과 유사하다. 그것은 통상 밀가루와 물, 그리고 갖가지 재료를 섞고 주물러 만든 부드러운 혼합물을 뜻한다. ‘도우’라는 말을 택한 것은 내 작품이 도우와 같은 것이기를 소망하기 때문이다.

흙과 물, 그리고 다양한 재료들을 섞어 형태들을 만든다. 그리고 그것을 가마에서 구워낸다. 내가 만든 형태들은 의미있는 형태들이 아니다. 비정형에 가깝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형태들은 전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어떤 소망이나 기대를 품고 있다. 존재하지만 아직 확고한 이름이나 형태를 부여받지 못한 것이라고 하면 어떨까?

말랑말랑한 도우는 무언가가 되기를 기다린다. 그것은 누군가의 손길을 통해 빵도 되고 면도 되고 만두피도 될 것이다. 도우의 가소성, 가능성을 닮은 조각작품을 만들고 싶다. 나의 조각작품들은 무언가로 되는 과정에 있는 형상들, 무언가로 있다가 다시 다른 무언가로 변하는 형상들이다. 그래서 나는 나의 조각작품들을 도우라고 부르기로 했다. 나의 도우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이야기를 간직하며 다른 무언가로 변해간다. 그것은 지속적인 변화와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한다. 도우는 물질과 형태의 중간 단계에 있고 지금 무한한 변화와 잠재력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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