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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령 박사학위 청구전 <흙과 유리를 매개로 한 기억의 형상화 - 감정의 시각언어로서의  도자회화 - >

2025.10.8 -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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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박사학위 청구전으로서, 흙과 유리를 주요 매개로 삼아 기억과 감정의 시각적 형상화를 탐구한 작업들을 선보인다. 본 연구는 색채와 물질이 단순한 재료적 속성을 넘어, 개인의 기억과 내면적 정동을 매개하는 조형 언어로 기능할 수 있음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도자와 유리작업에 있어서 주로 무채색의 화면을 전개해 왔다면, 이번 작업에서는 다섯 살 무렵 자연의 생기와 색채가 강렬하게 감각적으로 다가왔던 순간을 떠올리며, 동심의 상태로 회귀해 이를 색채와 마티에르로 표현하고자 했다. 이는 잊혀진 감각을 다시 불러내어 현재의 회화적 언어로 전환하려는 시도이며 과거와, 현재를 합치하는 은유이다.

작품들은 유년기의 체험—숲속에서 길을 잃었던 두려움, 외할머니 품의 따스함, 자연이 남긴 빛의 잔상—과 같은 감각적 기억의 파편에서 출발한다. 이를 흙물과 유리 프릿(glass frit)의 중첩과 전이를 통해 구현함으로써, 기억이 단순히 회상되는 것이 아니라 물질 속에 퇴적되고 재구성되는 과정을 회화적으로 풀어내었다.

특히, 유리의 투명성과 흙의 불투명성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층위적 화면은, 감정이 언어 이전의 심리적 흐름으로 구조화되는 장면을 상징한다. 이는 미니멀리즘의 배열적 질서와 물질성에 기반한 회화적 실험을 결합함으로써, 동시대 예술에서 ‘도자 회화(ceramic painting)’라는 새로운 조형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번 전시는 회화 작품으로 구성되며, 각각의 색채는 특정한 감정과 기억의 결을 은유한다. 정방형의 반복적 화면 구조는 시간의 공정성과 기억의 축적을 상징하는 동시에, 흩어진 파편들이 다시 하나의 질서를 이루는 존재론적 회복의 과정을 시각화한다. 본 전시는 감정–색채–물질의 상호작용을 통해 기억을 시각예술로 번역하는 가능성을 모색하는 장(場)이라 할 수 있다.

 

<태양 빛>은 대밭의 숲 속에서 눈을 감고 맞이했던 강렬한 햇살의 체험에서 출발한다. 주황빛의 유리 프릿은 외부의 시각 정보라기보다, 내면 깊숙이 파고든 생명의 파동이자 신체적 각인의 흔적이다. 이 작품은 존재의 근원적 에너지를 빛으로 구현하며, 내 몸에서 생동하는 생명력과, 자연에서 쏟아지는 태양의 강렬한 열기와 색채가 응집 되는 순간을 유리프릿의 소성을 통한 응집으로 표상했다.

 

〈물거품〉은 사라짐과 남음이 반복되는 인간 기억의 덧없음을 은유한다. 물거품은 바다 위에서 생겨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지만, 그 찰나의 순간은 강렬한 흔적으로 남는다. 이는 기억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무의식 속 퇴적물로 남아 끊임없이 현재를 교란하는 현상을 상징한다. 캔퍼스 속 흙과 유리의 중첩은 바로 이러한 흔적의 잔존성을 드러내며, 감정과 순간이 격동하며, 침잠하는 두가지 레이어를 그려낸다. <병아리의 걸음마>는 생명의 최초의 움직임, 즉 탄생과 시작의 떨림을 화면에 담는다. 흙물의 유동성과 유리의 반짝임은 아슬아슬한 불완전성을 드러내지만, 생명은 그 속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그 움직임은 새로운 리듬으로 탄생한다. 이는 생명이 결코 완결된 형태로 주어지지 않고, 끊임없는 시도와 실패, 흔들림 속에서 삶을 그려나가는 궤적을 보여준다.

〈길을 잃다〉는작가의 유년기 체험—숲속에서 길을 잃었던 순간의 두려움—을 압축적으로 구현한다. 작은 캔버스 속에서 흙의 무게와 유리의 파편은 공포와 경이의 양가적 정서를 동시에 환기한다. 프로이트가 말한 ‘언캐니(Das Unheimliche, 기이한 것)’처럼, 익숙한 자연이 낯설고 위협적인 공간으로 변모했던 기억은, 지금도 무의식 속에서 현재를 규율하는 힘으로 작동한다.

 

이처럼 작품들은 단순히 개별적 서사를 넘어, 기억과 감정이 물질을 통해 시각화되는 과정을 은유한다. 흙은 기억의 무게를, 유리는 그 속의 번뜩임을 드러내며, 화면은 개인적 기억이 보편적 감정으로 전환되는 장이 된다. 이렇든 각각의 색채는 특정한 감정과 기억의 결을 은유 한다. 정방형의 반복적 화면 구조는 시간의 공정성과 기억의 축적을 상징하는 동시에, 흩어진 파편들이 다시 하나의 질서를 이루는 존재론적 회복의 과정을 시각화한다. 본 전시는 감정–색채–물질의 상호작용을 통해 기억을 시각예술로 번역하는 물질의 회화적 재해석을 모색하는 장(場)이라 할 수 있다.

갤러리 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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